우리나라의 연간 무역액이 역대 최단기간에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은 26일 오후 1시 53분께 수출 5122억 달러, 수입 4878억 달러로 전체 무역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무역은 2011~2014년, 2017~2019년 총 7회 1조 달러를 달성했으나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무역 침체로 1조 달러 이하(9801억 달러)로 감소한 이후, 올해 들어 곧바로 1조 달러를 회복했다.
1조 달러는 자동차 5000만 대에 달하는 금액이다. 자동차만으로 무역이 이뤄진다면 국내 등록된 모든 자동차(2470만 대)를 수출하고 같은 양을 수입한 것과 같은 규모다.
특히 올해는 사상 최단 기간에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돌파하며 이전 수준 회복을 넘어 무역통계 집계 이래 최고의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쾌거는 2018년 달성한 최단 기간(320일)을 21일 앞당겨 299일 만에 달성한 것으로 우리 무역의 기초가 견고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올해 연간 무역규모는 코로나19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수출액도 지난 20일 5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5년 연속 5000억 달러 행진을 이어나갔다.
10월 중 연간 수출액이 5000억 달러를 돌파한 만큼 올해 전체 수출액이 6000억 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주요 수출 품목을 보면 반도체(983억 달러, +26.8%), 석유화학(437억 달러, +56.7%), 일반기계(416억 달러, +11.9%), 자동차(364억 달러, +31.5%) 등 순으로 규모가 컸다.
최단기간 무역 1조 달러와 수출 5000억 달러 달성의 원동력으로는 먼저 제조업 경쟁력을 꼽을 수 있다.
세계경기 및 교역 회복으로 수출 우호적인 대외여건이 마련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주요국 대비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방역체계와 탄탄한 제조업 경쟁력이 바탕이 됐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국내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반도체·조선·스마트폰 등 주력산업은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한편, 시장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시스템 반도체·친환경 자동차·고부가가치 선박·이차전지·OLED·바이오헬스 등 신성장·고부가가치 품목들이 새로운 수출 유망품목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수출물량지수가 반등하기 시작한 이후, 올 들어 수출단가지수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양 지수가 동반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K-팝, K-콘텐츠 등 한류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문화적인 위상이 높아지면서 농수산식품·화장품·가전 등 소비재 품목 수출도 확대되는 가운데 농수산식품·화장품 수출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며, 가전은 11년 만에 최대 증가율을 기록하며(+27.5%)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들어 9월까지 중소기업의 수출 누계액은 역대 1위를 차지하며(853억 달러, 전년대비 +18.5%) 최근 수출 호조세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중간재(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위주의 신남방(아세안·인도) 수출 호조세, 한-중미 FTA 체결 등 신시장 진출 확대에 따른 수출지역 다변화도 눈에 띈다. 9월까지 누계 신남방 수출은 역대 최고치를(887억 달러) 기록 중이며, 5년 연속 수출 1000억 달러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러한 원동력을 바탕으로 우리 무역규모는 지난해보다 한 단계 상승한 세계 8위(7월 기준, WTO)를 기록하며 무역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세계 주요국의 무역이 동반 성장하는 가운데, 순위를 끌어올리며 9년 만에 8위에 올라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사상 최단기 무역 1조 달러 달성은 수출입 물류 애로, 변이 바이러스 지속, 공급망 차질 등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모든 국민들이 함께 이뤄낸 값진 성과”라며 “무역 성장의 모멘텀을 이어나가 연간 수출액도 사상 최고치를 달성하기 위해 수출입 물류 등 현장 애로 해소, 중소기업 수출역량 강화, 미래 무역기반 확충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임재현 관세청장은 “올해 우리 무역은 코로나19 이후 기저효과를 넘어 실질적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특히 반도체 호황으로 역대 최대 무역액을 기록했던 2018년과 달리 승용차·무선통신기기·철강제품 등 다양한 품목이 고른 수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수출입기업 지원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고 경기진단 및 예측에 유용한 무역통계 공표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오는 27일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확대무역전략조정회의를 열어 무역 1조 달러 달성의 원동력을 공유하고 수출현장 애로 해소 및 미래 무역기반 확충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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